07. 귀찮아도 꼭 좀 부탁드릴게요.
받침대 색상 조율 작업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정이 쭉쭉 진행됐고 그 사이에 패턴봉의 금형 수정이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새롭게 제작된 패턴봉은 역시나 기존 금형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제작이 되어있었고 우린 바로 시사출에 들어갔다. 사출 성형 과정에서 성형 시간과 냉각 시간은 무척이나 중요한 사항이다. 성형 시간이 부족하면 제대로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게 되고, 냉각 시간이 부족하면 만들어진 형태가 일그러져버린다. 머핀의 금형 역시 그에 알맞는 성형과 냉각 시간을 찾아내야만 했다. 하루 종일 시사출만 수십 번을 진행한 결과 작업자의 함박웃음과 함께 우린 머핀에 딱 맞는 사출 조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문제가 더 남아있었는데, 그건 바로 패턴별로 색상이 각각 다른 샘플을 모두 생산해야 하는 것이었다. 웃음 짓던 작업자의 표정도 잠시, 내가 색상이 다른 모든 패턴의 샘플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급격히 어두워졌다. 색상을 다 다르게 한 샘플을 제작하려면 각각의 재료들을 모두 배합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각 색상과 재료의 특성에 맞는 사출 환경을 다시 설정해야 하고, 샘플 고작 몇 개를 위해서 매번 재료 통을 깨끗하게 세척해줘야 하는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런 샘플이 꼭 필요했다. 최종 제품에 근접한 샘플들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테스터들을 대상으로 패턴별 만족도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고, 그래야만 우리가 출시 기준으로 정해놓았던 80점 이상의 만족도 점수를 달성한 패턴을 출시할 수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들을 안되는 중국어 + 영어 + 몸짓 발짓 다 섞어가며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다. “난 정말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고 그러려면 유저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너희가 만들어주는 최종 샘플이 꼭 필요하다. 귀찮은 건 충분히 알지만 제대로 된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해서 꼭 좀 부탁드린다.” 누군가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했던가. 혈혈단신으로 중국까지 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부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담당자의 마음도 움직인 것 같았다. 어두워진 표정도 잠시 그래도 네가 원한다면 내가 꼭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하는데…-와 감동이었다 정말.-
08.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요.
결국 만족할만한 샘플들과 함께 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한국에 돌아가서 테스터 유저들을 대상으로 각각의 패턴들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만족도 점수를 통과한 패턴들을 출시하는 일이었다. 캔들과 달리 머핀은 처음부터 4개의 패턴을 출시한다는 기조가 있었고, 그렇기에 총 9가지의 패턴 중에서 4개는 테스터들의 만족을 이끌어 낼 자신이 있었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테스트 결과 정확하게 4개 패턴이 만족도 점수 달성에 성공했고 우린 그렇게 4개 패턴(망고, 리치, 파인애플, 파파야)의 본 생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09. 공장에서 작업하면 참~ 빠른데…
위에서 언급한 중국 공장 방문기는 단 4일 동안 모두 이뤄진 일들이다. 똑같은 수정 작업을 한국에서 지시할 경우 수정 내용을 전달하고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약 7일 이상, 아무리 쪼아도 5일이 걸리고 작업 결과물을 사진으로 받으면 당일, 혹여라도 택배로 받는다면 +7일이 걸린다. 거기서 결과물이 지시사항과 달라서 추가 수정이 또 들어간다면.. (끔찍하다.)
이게 매번 중국 공장으로 뛰어가는 이유인데,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점은 중국 공장은 기술력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 매우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은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질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어찌 보면 굳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어찌 됐건 국내에서 제작을 지시하고, 수정을 진행하고, 다시 마음에 드는 완제품을 받아보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을 중국에 한, 두 번 다녀오게 되면 단 번에 수정해서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최종 생산을 앞두고 한, 두 번 정도 중국에 다녀오는 프레임워크가 정착이 되었다. 이번 머핀 또한 그런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나름 만족할만한 제품을 만들어냈고.
10. 정말 많은 사람이 머핀을 사용해봤으면 좋겠다.
기존 오나홀 사용자들의 경우 오나홀을 사용하다 보면 홀을 미리 데우거나 혹은 사용 후에 세척을 하는 과정에서 현타가 오는 등 여러 페인 포인트가 존재한다. 또한 오나홀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제품에 대하여 3-4만 원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데에 망설임이 생기기 마련이다. 로마 머핀은 “쉽게 쓰는 즐거움”을 모토로 개발되어 간편한 사용을 지향한다. -손쉬운 사용일 수도 있고, 가격적으로 접근이 쉬울 수도…
그렇다고 절대 대충 만든 제품이 아니다. 정말 정성을 다해 혼을 갈아 넣은 제품이다.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한 번 써보라고 추천할 수 있을 만큼. 그러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머핀을 사용해봤으면 좋겠다. 그러고 머핀에서 생긴 로마 제품에 대한 신뢰가 캔들까지 이어지고, 로마의 브랜드 메시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앞으로 로마는 더 많은 로마 오리지널 제품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갈 예정이다. 아직은 혁신이라 불릴 만큼의 제품을 탄생시키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우머나이저처럼 정말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그날까지.